BlogTalk와 Lift Asia에서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났다. 그들 중 몇 분에게 캐빈 문화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곳을 통해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캐빈 문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캐빈 문화는 Daum에서도 제주에서, Daum 제주 GMC에서도 옥상에 따로 방 하나가 마련된 캐빈이라는 특정 공간의 문화를 뜻한다. 전체 Daum의 DNA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 더 작고 특별한 집단의 이야기이다.
올해 시작과 함께 Daum view 개발자와 기획자가 모두 캐빈에 모여 일을 같이 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각자의 팀에서 따로 떨어져 일하던 사람들이였고 일부는 새로 합류하거나 다시 Daum view로 돌아온 사람들이였다. 회사에서는 TFT로 조직을 꾸려주었고 우리는 새롭게 전략안을 세우면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캐빈 문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크게 두가지 변화가 선행되었다. 하나는 팀장의 열정이였는데 팀의 목표와 전략을 사내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도움을 이끌어냈으며 TFT 내부적으로는 계속해서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성을 부여했다. 또 하나는 개발파트의 애자일 문화를 강화하고 이를 팀 전체에 확장시킨 것이다. 협업, 투명성, 피드백, 여유 등 다양한 시도를 개발파트의 주도로 시작했고 팀 전체에 조금씩 적용시켜 나갔다.
Daum view의 미래에 대해 묻는 분들에게 난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인터넷, 특히 Daum view가 가는 길은 변화가 매우 빠른 곳이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나는 캐빈의 독특한 문화가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 믿는다. 실험과 피드백을 통한 점진적 발전,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해 발전하는 유연한 전략안, 그리고 여유를 통한 창조적 활동과 도전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캐빈 문화에서 실행한 실험을 몇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직군 파괴: 기획자, 개발자, 편집자, UI 개발자, 디자이너, 컨텐츠 운영자, 시스템 운영자 등등 팀원들의 역할은 사내의 규정에 의해 직군이라는 벽에 갇혀있었다. 몇번의 의견을 나눈 끝에 현재는 편집파트, 개발파트 두가지로 역할을 나누고 기획은 모두가 참여하고 프로젝트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리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개발자는 기획회의에 참가하고 기획 활동을 같이 하는데 왜 기획자는 개발을 안하지?’라고 하는데 작게는 이런 모순을 해결했고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같고 서비스에 좀 더 관심을 갖게 하는 더 큰 변화를 끌어냈다.
- 여유와 실험: Daum에는 공식(?)적으로 CTime이 있어서 업무시간의 일부를 창조적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이 시간을 활용하는 곳은 매우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캐빈의 개발파트에서는 새로 팀을 꾸리면서 금요일 오후를 CTime으로 결정했고, 한때는 매일 오후 5시 이후 시간을 모두 CTime으로 쓰기도 했다. 이 CTime을 통해서 개발자 블로그, 랭킹, 추천 LIVE, URL 기반 추천, XUL 뷰어, 아이폰용 view 등 다양한 프로토타입과 서비스가 탄생했다. 아쉬운 것은 편집파트는 과도한 업무로 이런 여유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팀내의 풀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 애자일의 확산: 개발파트를 새로 꾸리면서 PP를 활성화해서 개발자들간의 코드에 대한 이해도를 동등한 수준으로 올렸고, 피드백과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매주 금요일 주간회고를 통해 그 주에 받은 각자의 느낌을 공유함으로써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는 해결책을 마련하고 잘 한 것은 서로 칭찬해주고 변화는 격려해주는 시간을 갖고 있다. 또한 업무 진행상황이나 새롭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팀내 쪽지를 통해 모두에게 공유하며 개발파트 위주로 실험되는 다양한 실천방법을 편집파트에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그 한 예로 서비스 기획을 할 때도 두 명의 기획자가 한 컴퓨터 앞에 앉아 기획하는 페어 기획을 하고 있으며 주간회고에도 점점 많은 구성원을 참가시키고 있다. 실패하긴 했지만 편집파트에서도 일주일 단위의 이터레이션 회의와 백로그를 작성하는 시도를 통해 무엇 때문에 업무 부하가 많고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기도 했다.
이런 실험과 변화를 통해 지금의 캐빈 문화가 형성됐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혁신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점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조직적인 이슈인 것 같다. 가장 큰 아쉬움은 자원의 유연한 이동이 불가능한 구조여서 좀 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좀 더 조직원의 학습을 지원하고 조직내 투명성과 피드백을 높일 수 있다면 캐빈 문화가 Daum의 DNA로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상대적으로 NHN의 스터디 지원과 도서 구매 지원은 확실한 명시적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 중에 현재 읽고 있는 ‘경영의 미래’의 내용과 일치하는 곳이 있어 일부 인용해보았다.
유연하지 못한 자원배분
때로는 혁신의 진짜 장애물은 대안의 부족이 아니라 자원을 배분하는 유연함의 부족에서 오기도 한다. … 대부분의 회사에서 관리자의 힘이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자원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즉, 자원을 잃는 것은 바로 영향력을 잃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개인의 성공은 종종 자신의 팀이나 프로젝트의 성과에 달려 있다. 그 결과 프로그램 관리자는 새로운 사업이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상관없이 자기 팀의 자원과 인재를 새로운 프로젝트에 재분배하는 시도에 반대하기 마련이다. …
여유에서 오는 혁신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기업은 한 치의 느슨함도 없는 완벽한 운영을 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물론 이는 좋은 일이다. … 그러나 당신이 회사의 모든 느슨함과 여유를 쥐어짠다면, 혁신의 여지도 그만큼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다. 혁신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즉, 꿈을 생각하고 이를 반영하며 배우고 또 개발하고 실험할 시간들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당신이 책상 위에 발을 얹고 허공을 응시할 수 있을 만큼 방해받지 않는 연속적인 시간이여야 한다. …
이 책에서는 경영 혁신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열정’을 뽑았는데 나 또한 이에 깊게 동의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업 내에서 열정을 발휘하는 것과 내 자신을 위해 열정을 발휘할 때 보상의 차이가 매우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열정이 있다면 내 사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켄트벡의 Responsibility(사명감)도 열정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난 가끔 여유를 열정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아닐까? 글을 쓰면서 오히려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6 Comments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여유에서 오는 혁신’ 이 인상깊네요.
고맙습니다. Xper의 창준님도 이 글을 공유해주셨던데 인상받은 부분은 다르더군요. 조금은 생각할만한 글을 적었다니 만족스럽네요.
좋은 글… 생각할 거리를 주신 글… 감사합니다. ^^;
Xper 모임에서 따지크님 다시 뵙고 듣고 싶은데, 개인적인 일정과 겹쳐서 참석을 못 할 것 같네요.
2007년 OOPSLA 공유회때 뵙고 블로그에서만 몇 번 뵈었는데도… 안부가 궁금하더군요.
다음기회에 뵙겠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자주 뵙구요.. 그럼…
안녕하세요. 그때 설명해주셨던 시도들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했는지 듣고 싶네요. 기회되면 또 뵈요.
팀에서 애자일하게 일해보려는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그나마 잊지 않고 꾸준히 되는건 스크럼 밖에 없네요. 회고와 pair programming을 몇번 시도했었는데, 이상하게 정착이 안되더라구요..
말씀하신것처럼 회고가 잘된다면, 그리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좋을것 같습니다.
저도 SCRUM이 가장 도입하기 좋은 방법론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노력보다는 프로젝트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고 프로세스가 명확하고 즉각적인 효과가 있죠. XP의 개발방법론들은 좀 더 개인의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구요.
결과적으로 SCRUM이나 XP나 모두 회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고를 통해 구성원들의 생각을 맞춰나갈 수 있고 서로 도움을 받고 같이 개선해나가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불교에서 얘기하는 ‘도반’과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음 기회에 이에 대해 생각을 한번 정리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