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농구 생활

제주에 내려온지 1년 반이 지났다. 회사를 옮긴 것보다 삶의 터전을 옮긴 변화가 더 컸는데, 그러면서도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농구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대학 때는 정말 매일 4시간씩은 농구를 한 것 같다. 그 당시 연대 대강당 앞 농구코트에서 날 모르면 전혀 농구를 하지 않는 학생이거나 간첩이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유니텔에 입사하면서 농구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SK 컴즈로 이직하면서 다시 농구를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정말 황금 같은 2년을 농구 없이 보냈다.

SK 컴즈에는 타이탄즈라는 농구팀이 있어서 매주 연습에 나갔고, 여름에는 NHN, 삼성전자, 야후, NC Soft와의 원정 경기에도 참가했다. 타이탄즈라는 팀 이름과 어울리게 큰 선수들이 많아 이때 본격적으로 포인트가드로 연습을 시작했고, SK 나이츠배 농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기억도 난다. 개인적으로는 아쉽게도 결승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중요한 순간에 타임아웃을 부르지 못해 역전패 당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NHN으로 이직한 후에도 열심히 농구를 했는데 농구 동호회 활동이 뜸해졌을 때 탄천에서 농구하던 친구들과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면서 동호회 총무로 정말 많은 활동을 했던 것 같다. 스페이스 팀과 공동 대관을 하게 됐고, 제1회 IT 직장인 농구대회에 참가해서 우여곡절 끝에 초대 우승을 했었다. 아마 이때부터 ‘내가 나이들어 가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던 것 같다.

사실 제주 GMC에 입사 지원을 하면서 가장 먼저 검색했던 것이 ‘제주 농구’가 아니였을까? 제주에 내려온 후 회사 흙바닥 농구장에서 점심시간에 농구를 했지만 시설이 열악해서 다치기 쉽고 제대로 농구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찾아 본 것이 제주 농구 동호회였는데 결국 ‘제주 볼러스‘라는 카페에 가입을 했고 이곳에서 종종 농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회원이 대부분 학생이였는데, 초대 카페 매니져가 허리 디스크로 탈퇴를 하면서 내가 카페 매니져가 되었고 그 후 3번의 방학 동안 정모와 번개를 하면서 많은 제주 농구인들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 제주에서 가장 큰 동호회팀인 ‘미르’팀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됐는데, 제주에서 농구할 때 가장 곤란한 체육관 부족으로 항상 어렵게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실내 체육관은 배드민턴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던 중 몇몇 동호회팀이 사라봉 체육관에 요청을 해서 저녁 시간에 많은 동호회팀이 요일을 정해 정기적으로 시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름은 Daum 팀으로 참가하기로 했는데 회사 사람들은 힘들게 운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외부에서 같이 농구할 팀원을 찾아야 했다. 그때 몇번 같이 농구를 했던 Matt과 연락이 되서 농구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몇명씩 운동하러 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Matt이 브라질로 떠나고 없지만 Justin, Nolan, Ryan 등등 많은 새로운 친구들과 농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카페의 학생들도 같이 농구를 했고, 불멸No.5, 올림사랑 등 농구로 새로운 인연들도 많이 만들었다.

결국 이런 인연으로 지난 주에는 ‘제1회 서귀포 국제 동호인 농구대회’에 외국인들과 회사분들과 팀을 만들어 참가하게 되었고 결국 3위로 경기를 마쳤다.

Nolan & Ryan's PickNRoll

JOB과의 준결승 경기 장면. 아깝게 4점차로 패했다.

35살, 이제 현역으로 농구를 뛰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즐기며 농구를 하고 있다. 작년에 서울에 갔을 때는 NHN 연습 경기에 참가했고, 얼마전 서울 출장을 갔을 때도 Daum 연습 경기에 참가했다. 얼마나 더 지금처럼 농구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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